토요일 오전, 조카의 이사가 끝났다.

살림살이가 많은 것도 아니었고, 전날 누나가 조카 집에서 저녁 내내 짐을 싸서 이사 하는 당일엔 그저 짐만 내리고 올리면 됐다. 2층에서 2층으로 가는 것이라 그다지 기운 뺄 일도 없었다. 그래도 이사는 이사인지라 짐을 내리고 싣고 올리고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흔쾌히 와줘서 고마웠다. 신혼의 토요일 아침, 그 달콤한 잠을 뿌리치고 친구 본인의 이사도 아닌, 얼굴도 모르는 그의 조카의 이삿짐을 나르러 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이삿짐 나르는 일을 도와줄 때 손발이 꽤 잘 맞았는데,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호흡은 여전해서 친구는 이런 거라면 하루에 열 번도 더해.”라는 우스개 소리를 했다.

 

이삿짐을 올려주고 가구와 냉장고, 세탁기 등의 자리를 잡아주니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다. 장롱은 오후에 온다고 한다. 어차피 그거야 업체에서 와서 설치해줄 테니 우리는 더 있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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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 집 근처로 이동해서 제수씨를 불렀다. 한참 깨소금 볶을 땐데 불러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나 오늘 확! 비싼 거 시켜 버릴 거에요!” 선한 눈망울로 제수씨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 뱉었다.

 

뭐 먹고 싶어요?”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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