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배우고 있다. , , 금은 강습이 있고 나머지 요일은 배운 것을 복습하는 패턴이다. 시간은 오전 6시부터 50분간. 요즘 체력이 너무 떨어져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운동이다. 이제 보름 정도 지났는데, 아직 체력이 좋아진 건 모르겠고 엉뚱하고 기이하고 반가운 사람 몇을 만나 새삼 세상이 넓고도 좁다는 걸 느꼈다.

 

운동을 마치고 주차장까지 걸어가는데, 옆에서 걷던 남자가 나를 흘끔흘끔 쳐다보더니 혹시 김..?”하고 말을 붙였다. “? 호승아!” 초등학교 동창이다.

 

이 동네 살어?”

아녀. 직장이 이 근처라서 여기 등록했어. 너는?”

나는 이 동네 살어. 기름쟁이여. 허구헌 날 기계만 디다봐. 너 혹시 판사나 삼성 임원이나 뭐 그런 거 하는 거 아녀?”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초등학교 졸업한 지 삼십 년이 넘었다. 그 세월의 간극이 무색하게도 친구는 나를 바로 알아봤고, 나도 눈이 마주친 순간 그가 누군지 딱 떠올랐다. 기이한 일이다.

 

 

--- ** --- ** ---

 

 

저녁에 퇴근하며 수영장에 들렀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 수영을 빼먹었다. 어제 마신 맥주가 화근이었다. 밤에는 천년만년 살 것 같더니, 아침이 되니까 딱 죽고 싶다. ‘이제 술은 입에도 대지 않으리라.’ 여느 술꾼의 다짐을 되뇌며 탈의실에 들어섰는데, 사람들이 가득했다. 간단하게 샤워하고 수영장에 들어선 순간, 나는 여기가 휴가철 해변인 줄 알았다. 풀장이 사람들로 득시글거렸다.

 

초보 레인에서 킥판 잡고 소심하게 발차기하며 나가는데, 누군가가 나를 툭 치고 지나갔다. “! ! !’ 찰진 물소리가 부러웠다. 나는 아직 첨벙! 첨벙! 첨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두어 바퀴 돌고 물에서 나왔다. 나로 인해 적체되는 게 미안했다. ‘내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으리!’ 아침 수영을 위해선 그 수밖에 없다!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는데, 거울 너머 누가 내 뒤에서 기웃대며, “? ? ?” 어버버거렸다.

 

!”

 

학원강사 시절, 내게 수업을 들었던 친구다. 별명은 ’. 이름이 종우라 그렇다고 했다.

 

? !”

너 아직도 웅변학원 등록 안 했어? 내가 말했지! 거기 한 달만 다니면 어버버 다 고친다고.”

…, ? !”

 

입술이 맷돌처럼 돌았다.

 

! 어떻게 저 한 번에 알아봤어요?”

 

너를 어떻게 못 알아보겠니. 네 목소리, 말투 자체가 지문과도 같은데.

반가운 만남이었다.

 

 

--- ** --- ** ---

 

 

오늘 아침의 일이다. 일찍 수영장에 오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 이제 눈이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 다닌다.

 

킥판을 잡고 발차기 숨쉬기 연습을 하며 레인을 두 번쯤 왕복했을 무렵, “…, 저기요.”, “?”, “…, 아니에요.”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내게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요즘 엉뚱한 장소에서 반가운 인연을 만났던 일이 일어났던 터라, 혹 아는 사람인가 싶어 수경을 올리고 물끄러미 바라봤는데, 아니었다. 그저 여기서 오며 가며 보았던 사람이다.

 

오늘은 영 호흡이 안 됐다. 발차기도 안 되고. “다리가 자꾸 가라앉아요.” 같은 반에서 강습받는 어르신이 내 문제를 짚어줬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 내 몸 하나 물속에서 가누지도 못하는데, 다른 일이 어찌 쉬울까. 그래, 세상에 쉬운 일 하나도 없다.

 

샤워하러 들어가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본 순간, ‘! 이거였구나!’ 감이 왔다.

수경 코 받침이 아치형 (∩)인데, 내가 그걸 합집합() 모양으로 쓰고 있었다. 아까 말을 걸다 만 아가씨는 아마도 그걸 짚어주려 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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