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어디냐? ]

 

오후 한 시, 아버지로부터 카톡이 날아왔다. 오늘은 집에 가는 날. 평상시 약주나 한잔 자셔야 전화나 문자를 하시는 분인데, 내려간다고 하면 꼭 오전에 이런 카톡을 보내신다.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준비해서 내려오라는 뜻이 담겨있다.

 

홈티켓 사이트에 들어가 버스표를 예매하고 전화를 드렸다. 성질 급한 우리 아버지 혈압 오르기 전에 얼른 연락해야 한다.

 

"아부지. 표 예매했어요."

"그려? 몇 시?"

"네 시 반 차요."

"그럼 천상 아홉 시나 돼야 들어오것네."

". 아마 그쯤 도착할 것 같아요."

"그래. 알았다."

 

 

--- ** --- ** ---

 

 

버스는 정안 휴게소에서 잠시 멈춰 섰다. 휴게소의 묘미는 오뎅! 다른 것은 '이걸 돈 주고 사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없고 가격도 비싸다. 말캉한 오뎅과 따끈한 국물로 속을 채우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제 온 만큼만 더 가면 된다.

 

"어디쯤이여?"

 

휴대폰 진동에 잠이 깼다. 수화기에서 아버지 목소리가 삐져나왔다.

 

"톨게이트 빠졌어요."

"알았어."

 

버스에서 내려 터미널을 나오자 아버지 차가 보였다. 뒷좌석에 짐을 싣고 아부지 옆에 앉았다.

 

"차 안 밀렸나 보네?"

". 서울 빠질 때만 조금 밀리고 그다음부터는 괜찮더라고요. 아부지 저녁 드셨어요?"

"난 먹었지. 안 먹는다는 걸 느 엄마가 먹으라고 해서 먹는 바람에 지금 속이 더부룩햐."

 

어머니는 만두를 만드신다고 한다. 만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아버지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손 늦다고 느 엄마가 얼마나 구박을 하는지……. 가서 네가 만들어. 난 쉴랜다."

 

 

--- ** --- ** ---

 

 

늦은 저녁을 먹고 어머니와 만두를 만들었다.

밀가루 반죽을 뚝 떼서 조물조물 만진 다음 적당한 크기로 칼로 쓱쓱 썰고 밀대로 밀어 만두피를 만들면, 어머니는 만두피에 소를 넣어 예쁘게 만두를 빚으셨다. 내가 속도가 약간 빨랐는데, 찜솥 하나가 거의 채워질 무렵이면 어머니 옆에 붙어 같이 만두를 빚었다.

 

"너 만두 빚을 줄 알어?"

"잘하지는 못해도 대충은 해요. 알잖아요."

 

내가 만든 만두를 보고 어머니가 씩 웃으셨다.

 

"어이고~ 예쁘게 잘 만들었네."

 

엄마! 예전에도 이 정도는 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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