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의 시대는 생활의 소소한 부분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출퇴근 교통수단입니다. 저는 대중교통 애호자예요. 서울은 대중교통 구축이 잘 된 도시라 버스와 지하철을 타면 가지 못하는 곳이 없습니다. 심지어 새벽엔 심야버스도 다녀요. 하지만 외출 시 마스크가 필수인 이 시기, 조금이라도 편하게 숨 쉬고 싶어 자동차를 이용하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전날 홀짝홀짝 맥주를 마시다 늦게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머리가 멍해서 운전을 하면 안 되겠다 싶네요. 다행히 집을 나서자 바로 택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 오글오글 모인 사람들 틈에 끼었습니다. 저마다 기다리는 버스가 저만치 보이면 우루루 사람들이 몰립니다. 제가 기다리는 버스가 왔습니다.
카드 리더기에 휴대폰을 댔는데, 얘가 묵묵부답입니다. 음? 휴대폰을 이리저리 옮겼더니 “사용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삼성페이 교통카드 기능이 작동하지 않네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리더기에 붙였습니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다시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카드를 한 장만 대주세요.”
식은 땀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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