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박 2일은 ‘국민 예능’이라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방송이 끝나면 프로그램과 관련한 수많은 인터넷 기사가 떴고, 그들이 다녀간 여행지에는 어김없이 ‘1박 2일’ 푯말이 세워졌고, 멤버들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작은 소식이라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영광의 한 중간에 있던 사람, 메인 작가가 쓴 수필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진짜 아날로그 여행 1박 2일」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얻을 때, 서점 여행 코너를 뒤덮었던 제목은 ‘1박 2일’ 이었습니다. 방송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면서도 폰트까지 그대로 사용해서 그 인기에 편승하려는 꼼수였지요. 글에 대해서는 결코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코비형도 자신의 여행기에 ‘1박 2일’을 넣을까 심각하게 고민을 했을 정도였으니, 국내 여행과 관련해서 그 제목은 거의 관공서의 홍길동급이었습니다. 이제 그 프로그램의 작가가 프로그램 이름이 들어간 책을 내었으니 진짜가 나타난 셈입니다.
책은 방송 에피소드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짤막하게 방송 내용 기재하고, 그 내용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작가들이 어떤 일을 했고 어떤 고생을 하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카메라 밖의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여행지를 선정하고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답사가 최소 두 번 이상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엔 그들의 노고가 느껴졌습니다. 여행지마다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를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이러면서 방송장이가 만들어지나 봅니다.
읽으며 즐거웠던 것만큼 아쉬움도 있습니다.
구성이 산만합니다. 강호동의 하차와 그에 따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려 했는지로 시작하는데,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버젓이 강호동이 등장합니다. MC몽 하차의 충격을 이야기하고 또 얼마 안 가 그가 등장합니다. ‘대체 왜 편집을 이렇게 했지?‘ 의문이 내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탈자 잡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명색이 ‘작가’의 글인데 맞춤법이 틀린 표현이 나오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어?”
책을 읽다 기억을 의심하게 하였던, 이상해서 해당 내용을 검색해서 찾아보게 만들었던 것은 화천 편이었습니다.
‘포유류를 제외한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가’라는 화제로 멤버들이 내기를 건 내용이 등장했는데, 이 편은 저도 부모님과 함께 본 기억이 있습니다. 작가는 그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또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자문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각각인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주제가 학계에선 전부터 꽤나 논란거리였다고 한다. 우린 PC방에서 일제히 생물의 고통 감지 유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자장면 내기를 한 멤버들은 중국집 앞에 차를 세워 놓고 PC방에서 나오는 나 PD의 입만 쳐다본다.
우리는 검색을 통해 ‘포유류가 아닌 동물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결론지었고 멤버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방송은 정반대였습니다.
‘포유류가 아닌 동물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라고 주장한 건 강호동, 이승기였고 ‘그렇지 않다. 고통을 느낀다.’라고 주장한 건 그 외 나머지 멤버였는데요, 이승기는 PC방에서 검색을 해서 ‘고통을 느낀다.’라는 페이지를 보았고, 강호동은 문자로 같은 내용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PD가 들고 있는 A4 용지를 쓱 가져다 ‘뇌가 없는 바닷가재도 고통을 느낀다.’라는 내용을 읽은 멤버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내기가 마무리됩니다. 즉 방송에서는 ‘포유류가 아닌 동물들도 고통을 느낀다!’라고 결론을 내린 거지요.
이런 오류는 글의 신뢰에 큰 타격을 줍니다. 방송으로 보여진 내용도 부정하는데, 그렇지 않은 면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구성이나 오·탈자의 문제는 편집자의 책임이 크지만, 수필에서 내용의 오류는 오롯이 작가의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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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 그런가. 요즘은 시집과 수필집을 읽고 있습니다.
압축된 언어로 많은 이야기를 담는 시와 이것저것 숨기지 않고 그대로 풀어내는 수필이 따듯한 봄날 수이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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