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눈’으로 알려진 박용래 시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1부는 시인을 그리는 문인들과 장녀의 시, 2부는 시평, 3부는 시인과의 일화, 4부는 시인의 문학과 행장기(行狀記)로 나뉩니다.
문필가는 그의 글로 자신을 나타낸다고 하지마는, 시인이 그려낸 시어 사이사이의 행간을 모두 읽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생활인으로서의 작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 주변의 문인들은 그를 어떻게 추억하는지, 그러한 이야기들이 시와 더불어 시인을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다만, 여기저기 흩어진 글을 모으다보니 중복되는 내용이 많고 전체적인 완결성도 떨어지는 편입니다. 1부를 재미있게 읽었고 2~4부에서는 이문구의 ‘박용래 약전(略傳)’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행장기에서 독보적이라는 평을 듣는 작가가 듬뿍 애정을 담아 쓴 글은 내용도 풍부하고 재미도 있었지요. 그래서인지 같은 책, 다른 작가들의 글에서 꼭 한 번씩 인용되는 것이 이문구의 글입니다. 문학기자였던 정규웅은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연인의 뜨거운 해후장면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고 표현했으니 그런 글이 나온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박진아 엮음, 『시인 박용래』, 소명출판, 2015
어느날 박용래
술 먹은 박용래가
대전 유성온천 냇둑
술 먹은 고은에게 물었다
은이 자네는
저 냇물이 다 술이기 바라지? 공연스레 호방하지?
나는 안 그려
나는 저 냇물이 그냥 냇물이기를 바라고
술이 그냥 술이기를 바라네
고은이 킬킬 웃어대며
냇물에 돌 한 개를 던졌다
물은 말 없고
그 대신 냇둑의 새가
화를 내며 날아갔다
박용래가 울었다. 안주 없이 먹은 술을 토했다
괜히 새를 쫓았다고 화를 냈다
은이는 나뻐
은이는 나뻐
박용래가 울었다 고은은 앞서가며 울지 않았다
- 고은, 『만인보』, 창작과비평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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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담당 기자였던 작가가 70년대 문단 사람들과 그들과의 이야기와 그때 일어났던 사건을 흥미로운 필치로 그려냈습니다.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만난 사람의 폭이 상당히 넓고, 당시 일어났던 사건들을 현장감있게 풀어냅니다.
이 책 덕에 '명동백작'이라는 드라마가 확 끌려서 언제 볼지 가늠하고 있습니다.
- 정규웅, 『글 속 풍경 풍경속 사람들』, 이가서,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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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의 수필집입니다. 1부는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2부는 그가 만난 문인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1부는 어린시절부터 중학교 가기 전까지의 이야기인데, 시인의 기억력이 놀랍도록 구체적입니다. 추억은 보정되고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인데 부끄러운 이야기도 담담하게 고백해서 놀랐습니다. 2부에 담아낸 문인들의 이야기는 다소 서글픕니다. 곁에 있었지만 이제는 세상을 떠난 문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때로는 그리움으로 그려냅니다.
-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문학의 문학,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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