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거 드세요.”

 

쭈뼛쭈뼛 다가와 막대 사탕을 쓱 내밉니다. 바알갛게 상기된 볼이 귀여웠습니다.

 

나 사탕 별로 안 좋아해. 이제 안 줘도 돼.”

그럼 캬라멜 드릴까요?”

단 거 너무 좋아하면 이빨 썩는다.”

 

오늘도 중학생에게 사탕을 받았습니다.

 


--- ** --- ** ---


 

종종 도서관에 갑니다. 서고에서 책을 고를 때 앞뒤로 가득 들어찬 책들이 내뿜는 종이 냄새를 좋아합니다. 열람실에 들어서면 고개를 책에 파묻은 사람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심각한 표정으로 인강을 보는 사람들, 웃는 얼굴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엄지를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 이 틈에 있으면 고시 공부를 한답시고 도서관 지박령으로 살던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회춘하는 느낌이에요.

 

교복 입은 학생들이 많아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중간, 기말고사가 다가오는 무렵이지요. 재미있는 일도 호기심도 그리고 식욕도 왕성한 시기인지라 이 친구들 주변은 항상 분주합니다. 뭘 먹거나 배가 빵빵한 가방을 뒤지거나 키득대며 속닥거립니다. 주변에 자리한 사람들이 눈치를 주면 잠깐 조용해지기는 하는데, 그게 어디 길게 가나요. 에너지가 넘치는 나이인데요.

 

7월의 어느 주말, 아침부터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에 도서관 에어컨은 일찍부터 풀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듬성듬성 비어 있던 자리는 곧 교복 군단에 점령당했고 어김없이 주변에 분주함이 떠돌았습니다. 이전 학생들은 누군가 주의를 시키면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나가서 이야기하거나 책으로 고개를 숙이며 소음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는데, 이번 교복 군단은 강적입니다. 몇몇 사람들이 다가가서 주의를 시키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급기야 우적우적 생라면을 씹으며 키득거렸습니다. 짜증이 확 치솟더군요.

 

!”

 

교복 무리의 시선이 저를 향했고 미어캣처럼 칸막이 곳곳에서 사람들의 머리가 솟아났습니다.

 

나가!”

 

잠깐의 대치 상태가 이어지다 주섬주섬 짐을 챙긴 아이들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날부터였어요. 중학생에게 사탕을 받기 시작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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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 걸 좋아하지 않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 줘도 돼.”

그럼 뭐 좋아하세요?”

다이어트를 오래 해서 그런지 이제 식욕도 거의 없어. 괜찮아.”

 

안타까워하는 녀석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근데 이유나 알자. 대체 왜 자꾸 사탕을 주는 거냐?”

멋있어서요.”

멋있다고? 내가?”

. 고등학생들한테 꺼지라고 소리 질렀잖아요.”

 

꺼지라고는 안 했는데….

뭐 어쨌든 누군가가 저를 멋지게 봐주는 일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아차! 이걸 빼먹었네요.

덩치가 저의 1.5배쯤 되는 선한 인상의 남학생이에요. “막대 사탕을 왜 그렇게 달고 살아?” 그러니 담배 끊을라고요.”하더군요. 제가 깜짝 놀라니까 핫핫핫! 농담이에요!” 그러던데…, 정말 농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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