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잠이 깨면 다시 쉬이 잠들지 못하기 때문에 눈을 뜨면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체중을 재고 커피를 내려 책상에 앉는다. 잠에서 깬 시각은 아침 6시 30분. 이상하게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다. ‘딱 10분만 더 누워있자.’ 일어났다가 다시 철퍼덕 자리에 눕는 순간, 악! 오른쪽 목과 어깨가 찌릿했다. 이런…. 일어나 고개를 돌려보니 목이 뻐근하고 아파서 잘 돌아가지 않는다.
오전 내내 고개를 돌리기 불편해서 옆을 볼 때 몸을 돌려야 했는데, 오후 들어 많이 좋아졌다. 내일쯤이면 다 낫지 싶다. 하지만, 다음날 잠에서 깼을 때, 몸 상태는 전날 아침으로 리셋 되었다. 목 전체가 뻐근한 게 상태가 어제보다 더 좋지 않다. 병원에 가야겠다.
조금 일찍 나와 병원에 들렀다. 어깨와 목에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집에 가서 쉬었으면 싶은데, 꼭 이런 날은 저녁 약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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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림’은 마이크가 발견한 작은 동네 카페다. 예약제로 운영되고 열린 날보다 닫힌 날이 많은 곳이다. 정해진 시간에 한 팀씩 예약을 받기에 붐비지 않아 좋다. 공간 자체가 차분한데다 잔잔한 음악이 여백을 채워 좋은 사람들과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 이곳을 찾는다.
가게 앞에서 기다리다 예약 시간에 맞춰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늘 정확한 시간에 들어오시네요.”
“여기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일러도 늦어도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잖아요.”
“하하하. 예약 손님 받을 때, 한 시간씩 여유를 두어서 준비하니까, 앞으로는 일찍 오시면 밖에서 기다리지 마시고 들어오세요.”
“아셨어요?”
“그럼요. 처음엔 친구랑 같이 들어오려고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죠?”
되도록 예약 시각을 정확하게 지키려고 한다. 내 일정이 나의 하루에 소중한 것처럼 상대도 마찬가지다. 내가 내 시간을 존중받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다.
K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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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K는 그동안 타던 쿠페를 팔고 가족용 차를 사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다. 나는 차에 대해서 잘 몰라서 조언해줄 게 없는데, 같이 만나야 한다고 며칠 전부터 떼를 썼다.
“왜 얼굴이 벌개?”
“아씨…. 나 오늘 식겁했잖아요.”
곧이어 마이크가 도착했다.
“여~ 친구들. 오늘은 날이 좋군.”
종일 흐렸구만 뭔 개소리여.
“형! 왜 이렇게 늦었어!”
“응? 나 네 뒤따라 바로 들어온 건데?”
“어여 와. 일은 잘 끝내고 온 겨?”
“아니. 저 자식이 죽어도 오늘 만나야 한다고 떼를 쓰잖어.”
커피가 나왔다. 맛을 잘 식별하지 못하는 막혀의 소유자 인지라, 음식의 맛은 늘 거기서 거기인데 여기 커피는 향이 좋고 부드러워서 ‘사람들이 이래서 커피를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엉아. 나 오늘 요단강 넘는 줄 알았어요.”
“왜?”
“와이프가 도서관에 신청한 책이 왔다고 해서 오늘 퇴근길에 찾아간다고 했거든요? 근데 출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는 거예요!”
“어디 안 좋아? 열나?”
“아니 그게 아니고 거기 주차할 데가 없어서 차를 밑에 파킹하고 쫌 걸었거든요.”
“근데. 그게 왜?”
“아! 날도 더운데 걸었으니까 체온이 올라갔을 거 아니에요! 형들은 그것도 몰라? 와이프가 오늘 책 꼭 찾아오라고 아침부터 신신당부했는데, 입구 컷 당하는 줄 알고 식겁했네.”
체온이 더운 날 걷는다고 올라가는 거였나?
마이크의 한숨이 터졌다.
“야! 너 양서류냐? 날씨에 따라 체온이 변하게. 개구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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