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무렵, 한동안 인터넷 커뮤니티에 빠져 지냈다. 취미를 같이 하는 20대 소모임이었는데, 올라온 글을 읽고 낄낄대며 댓글을 달고, 또 거기에 달린 답글을 보고 시시덕댔다. 그렇게 친해진 사람들과 종종 만났고, MT를 가기도 했다.

P형은 달변가들이 즐비한 소모임 내에서도 발군의 입담을 자랑했다. 군 전역 후, 졸업까지 한 학기 남은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사회로 뛰어들었다는데, 20대 후반임에도 중후한 멋을 풍겼다. 말도 행동도 유머러스해서 소모임에 상주하던 수많은 지박령들은 물론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도 P형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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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지기를 하는 동생, 우쫑이 기흉으로 입원했다. 마침 병원이 P형 직장 근처라 문병 간 김에 연락했다. “거기서 놀고 있어. 퇴근하고 그리 갈게.” 우쫑은 P형이 그동안 매일 퇴근하며 들렀다고 했다.

세 시간여를 기다려 P형을 만났다. “저녁 먹어야지? 나가자.” 형은 나를 보자마자 대뜸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 “잘 가, 형. 오늘 멀리까지 와줘서 고마웠어. 퇴원하고 쭉? 알지?” 우쫑이 손으로 소주잔을 들이켜는 시늉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고갈비에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었다. 막차 시간에 맞춰 일어나려는데, “넌 꼭 그렇게 가야 하냐? 야박하게?” 그 말에 붙잡히고 말았다. 그렇게 2차로 유객주에서 해물탕에 소주를 마시고 3차를 하러 P형네 집으로 향했다. 갑자기 형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형! 형은 어떤 사람이죠?”
“나? 나는 오나이다!”
“오. 나. 이?”
“사나이를 뛰어넘는 오나이!!”
“멋지다! 형! 나도 오나이가 될래요!”
“나약한 자식! 나를 따르겠다는 생각은 버려! 오나이를 넘어선 육나이, 칠나이가 너의 길이다!”

그렇게 사나이를 넘어선 남자가 되기로 뜨거운 맹세를 하던 밤, 건물 사이로 얼굴을 삐죽 내민 보름달이 우릴 보고 킬킬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