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들렀다.
'자기 계발'이라 제목을 붙여놓고 '처세술'로 가득한 책을 거들떠보지 않고 지나치는 '시건방진 짓'을 하고 예술 코너에서 얼마 전 추천받은 책을 한 권 빼 들었다. 두어 페이지쯤 읽었을까. 누가 옆에서 자꾸 헛기침했다.
"험험. 흠. 험험. 흠……."
고개를 돌렸더니 머리에 포마드 기름을 발라 각을 잡고 사각 선글라스를 낀 내 또래의 남자다.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네."
"동쪽이 어느 쪽입니까?"
"동쪽이요? 동쪽은……, 아마 저쪽일 거예요."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쪽으로 가면 동대문이 나오겠군요."
하얀 반팔 쫄티, 몸에 달라붙는 하얀 면바지, 무릎까지 올라오는 타이트한 검은 장화에 사각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리듬을 타는 듯한 걸음으로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저기요."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오른손을 들어 두어 번 흔들고는 사라졌다.
내가 있던 곳은 교보문고, 강남점.
동쪽으로 가면 선릉 지나 잠실 야구장이다.
201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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