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 도래했다. 역병의 창궐로 봄 시즌의 결혼식까지 뒤로 밀려 이번 가을은 예년보다 더 많은 식이 열리는 느낌이다.

 

오후쯤 초등학교 동창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 주 토요일에 올 꺼지? 가가멜네 잔치말여.”

가가멜네 잔치가 있어?”

. 가가멜 딸 결혼하잖어.”

, 딸이 몇 살인데 벌써 결혼을 혀.”

한 스물 둬~살 되었지, 아마?”

 

가가멜은 20대 초반에 일찍 가정을 꾸렸다. 신부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서둘렀다고 했다. 결혼식은 동네 회관에서 열렸다. 그 무렵의 우리는 대부분의 청춘이 그렇듯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다. ‘몸으로 때우자!’ 몇몇은 식당에서 서빙을 했고 사진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동창은 스냅사진을 책임졌다. 나는 서빙을 희망했으나 사회를 봐야 했다.

 

이참에 동창 모임도 같이 허게. 명절 때도 못 모였잖어.”

 

벌써 같은 날 참석을 부탁받은 결혼식이 두 건이다. 모두 양가 합쳐 오십여 명만 참석하는 소규모 웨딩이라 거절하기 난감한 초대다.

 

화순이도 온댜. 니 첫사랑.”

 

. 안가.

 

토요일에 일이 많어. 나는 못 가지 싶어.”

그려? 그럼 늦게라두 와. 그날 우리 오빠 카페 빌려서 늦게까지 있을 겨.”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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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무슨 날이냐? 토요일에만 결혼식이 아홉 건이야.”

 

마이크의 목소리에서 곤란함이 묻어났다.

 

다 가려고?”

얼굴은 비춰야지.”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하냐?”

글쎄. 빡세게 돌면 가능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

서두르다 사고 난다. 어지간한 건 봉투나 줘. 마음에 걸리면 결혼 전에 미리 연락해서 만나보고.”

 

마이크는 유학 중에 만난 일본 아가씨와 결혼했다. 예식 장소로 어느 한 곳을 선택하기 난감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가까운 거리라고 하지만, 해외에 나가기 곤란한 양가 친척과 친지가 꽤 많아서 결국 한일 양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한국을 떠나 있던 시간이 길었던 지라 누구에게 청첩장을 줄 것인가.’ 고민의 시간이 깊었다. “나는 결혼식에 가지도 않았는데 막상 내 결혼식에 오라고 하기 좀 그래.” 마이크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그의 결혼식에는 온갖 지인들이 모두 참석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밀어닥치는 바람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다. 모교에서 열린 결혼식이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뒤치다꺼리를 도맡았던 나와 친구들이 한숨 돌렸을 땐, 이미 모든 식사가 끝난 후였다. 마이크는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꺼내며 고마워한다.

 

세상에! 부담스러울까 봐 청첩장 주지도 못했는데, 덜컥 찾아오니까 무지하게 고맙더라.”

 

이 새끼가…. 우린 뭐 디폴트 값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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