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녁을 먹으면 식곤증이 찾아온다. 꾸벅꾸벅 졸다 정신을 차리면, 시각은 아홉 시가 홀짝 넘었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나섰다.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는 기형도 시인이 떠오르고, 그의 시 나리 나리 개나리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봄은 살아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가로수가 초록의 옷을 두르고 봄, , 봄을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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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주말, 거실에서 뒹굴다가 몸이 더 처지기 전에 얼른 일어섰다. 고향의 산책길은 서울과는 다르다. 서산마루 걸린 해가 미세먼지에 잠겨 가물가물 흔들렸다. 개천 변 산책로, 활짝 핀 꽃 사이로 벌이 바쁘게 날아다녔다.

 

 

 

걷는 길옆이 온통 꽃이다. 이탄 시인의 시집 『당신은 꽃』의 머리말이 떠올랐다.

 

당신은 꽃

오래 오래 피어 있을

이름 모를 꽃

내 심장을 바쳐

꽃잎 하나 만드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고 지낸다

 

당신은 꽃, 그러나

당신이 꽃이 되려면,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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