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철학자가 되어 부렀다.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
이직한 이후 까르푸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했습니다. 상사와 영 사이가 좋지 않아 팀을 옮겼는데 거긴 또 다른 막강 또라이가 버티고 있었다네요.
“또라이 보존의 법칙 모르냐? 또라이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고.”
“알지. 병신 일정 성분비의 법칙. 근데 난 얘네들은 타고 나는 걸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걸까 그게 궁금해. 아…. 모르겠다. 맨정신은 위험해. 낼 뭐하냐. 얼굴이나 보자.”
“만나는 건 문제가 안 되는데, 당분간 치과에 다녀야 해서 술은 못 마셔.”
“그래? 그럼 안되지. 담에 봐야지.”
때 이른 더위가 몰고 온 바람이 여름의 문을 두드릴 때 우리는 ‘담에 보자’는 말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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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샘아~ 내 단점을 하나만 말해봐.”
밤 11시. 전화기 너머 까르푸의 목소리에선 알코올 향이 났습니다.
“뜬금없이 뭔 소리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아! 내가 잘못 살고 있나? 뭘 잘못했을까. 뭘 잘못해서 이런 고통 속에서 살고 있을까.”
“일이 많이 힘드냐?”
“내가 말했지. 일이 뭐가 힘드냐. 힘들 것이 뭐가 있어. 하믄 될 것을. 사람이 힘들지. 상황 상황마다 시간 시간 마다 사람이 힘들지, 일이 힘들 것이 뭐가 있어.”
까르푸의 술주정은 30분 넘게 이어졌습니다.
“나한테 친구가 몇이나 있냐. 너랑 빼빼로 카스 밖에 더 있냐? 없어!”
“그래 그래 알았어. 이번 주에 함 보자.”
찬 바람이 제법 불던 토요일, 우리의 만남이 늘 그렇듯 까르푸는 20분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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