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닫이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섰다. 안과 밖의 온도 차로 안경에 김이 서리고,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카운터 옆에 서 있던 종업원이 인사를 하며 손님을 반긴다. “일행이 있어요.”
“서언배애~ 왜! 이렇게! 늦게 와쏘오~”
얼굴이 불콰해진 순이가 옷깃을 잡고 얼굴을 부볐다.
한 손으로 어깨를 잡고 다른 손은 이마에 올렸다.
“가만있자… 열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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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는 성격이 털털하고 잔정이 많다. 주위 사람 생일을 챙기는 것도 그녀였고 군대 간 이에게 몇 통의 편지를 보내는 것도 그녀였다. 평일보다 시간이 곱절로 빨리 흐르는 주말, 뜬금없이 카톡 단체방을 만들어 ‘뭣들 하시오! 어서 일어나시오! 한잔 빨러 갑시다!’라고 번개를 치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나 차를 마시면 “아!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아!” 그 자리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낮술 먹고 주정하는 캐릭터는 아닌데, 무슨 일이 있지 싶다.
“뭔 일 있냐?”
“있지! 어서 웬 또라이 같은 새끼가 굴러와서 내 복장을 뒤집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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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충원을 요청한 지 6개월. 어느 날 부장님이 사람 하나를 데리고 왔다. “반품은 안 된대.”라는 조건이 붙은 신입이었다.
그날 저녁. 신입 환영 회식 자리. 신입이 순이를 유심히 보더니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과장님. 쌍꺼풀 어디서 하셨어요? 진짜 자연스럽게 잘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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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그러는 거야. 그 미친 새끼가.”
단숨에 소맥 한 잔을 들이켜고, 탁! 잔을 내려 놓았다.
순이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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