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이모가 뇌출혈로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팔순에 가까운지라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큰 후유증 없이 생활하고 계십니다. 다만, 그전에는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딸 정도로 날렵하셨던 분의 행동이 눈에 띄게 굼떠졌고, 우리 엄니를 만나자 “나 바보가 된 거 같어.” 계산을 잘 못 하겠고 자꾸 깜빡깜빡한다고 하소연하셨습니다.
이모의 집은 점방. 하루에 버스가 너덧 대 들어가는 심심산골의 유일한 가게죠.
담배부터 파리 끈끈이까지 모든 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다만 바겐세일은 없어요. 1년 365일, ‘희망 소비자가’ 그대로 받으시거든요.
퇴원 후, 이모는 자식들의 집보다 자신의 집을 택했습니다. 가게를 열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 이모가 걱정되어 이종사촌 형수와 누나가 일주일씩 번갈아 가며 이모와 함께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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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이 내려오셨습니다.
당신의 누나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말로 확인해보려 어려운 걸음을 하셨습니다. 이모가 좋아하는 회를 잔뜩 사서 이모네로 출발했습니다.
이모는 동생들이 온다는 이야길 듣자, 시시때때로 “얘. 느 오삼춘이 언제 온다고 했다고?”라고 물으며 딸을 들볶았다고 합니다. 이종사촌 누나는 참다 참다 “엄마 그만 좀 해!”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네요.
저녁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외삼촌이 앞의 소주를 쭉 들이켰습니다.
“난영아. 사람이 가고 나면 어떤지 아니? 내가 그 사람과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했든…….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떠오르는 건, 내가 소리 지르고 짜증 내고 화냈던 거, 그거야.
외삼촌의 말씀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엄마한테 잘해.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말이 화살처럼 날아와 심장에 박혔습니다. 요즘 짜증이 늘어 때때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욱! 할 때가 있습니다. 나름 참는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가려지나요. 금세 들통나고 맙니다.
매일 실수를 하고 삽니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부모님께 버럭! 하고는 돌아서서 후회합니다. 같은 일로 다시 반성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