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 터미널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 어딘 가에서 도착한 사람, 누군가를 마중 나온 사람 혹은 배웅하는 사람, 총알택시 승객을 모집하려 호객행위 하는 사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랐다. 행선지별 버스 출발 시각이 붙어 있는 간판 앞을 사람들이 스쳐 지나고 있었다.

 

표를 끊고 500mL 물을 샀다. 히터 바람에 버스 안 공기가 건조해서 그런지 잠깐 잠이 들었다 깨면 목이 컬컬할 때가 많아, 장시간 버스를 탈 때 물은 필수품이다. 터미널 밖에서 사면 거의 반값이건만, 언제나 버스표를 끊고 나서야 물 생각이 난다.


출발 15분 전,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버스가 들어와 있으면 좋겠는데……’ 한참을 뒤척이다 새벽에 잠이 들어 그런지 눈을 깜빡일 때마다 꺼끌꺼끌한 게 얼른 머리를 기대고 잠깐 졸았으면 싶다. 다행히 버스가 들어와 있어서 운 좋게도 일찍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선반에 가방을 올려놓고 외투는 벗어서 반으로 접어 무릎 위에 얹었다. 물을 앞 좌석에 붙은 그물망에 넣어 두고 안전벨트를 맸다. 출발 준비는 완벽하다. 휴대폰을 잠깐 들여다보다 끼무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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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륵!”

 

뚜껑을 돌려 따는 소리에 잠이 깼다. 날이 잔뜩 흐려 아직 세 시밖에 안 되었는데도 창밖은 어둑어둑했다. 기형도의 시 '조치원'이 떠올랐다.


어두운 차창 밖에는 공중에 뜬 생선 가시처럼

놀란 듯 새하얗게 서 있는 겨울 나무들.

 

저기요.”

 

물을 꺼내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넣으려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말을 붙였다.

 

?”

죄송한데물 조금만 주시면 안 될까요?”

 

물병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내가 잠든 사이 옆에 앉은 모양이다. 이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였는데, 한 손에 빨대를 꽂은 소주병을 들고 있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내게 물병을 돌려주고는 감사합니다.” 또 꾸벅 인사를 한다. 물병을 그물망에 넣어두고 다시 눈을 붙였다.

 

크으~!”

“……”

크으으~~!”

“……”

크으으으~~~!”

 

…. 이 양반 소주를 꽤 클래시컬하게 마시네

흘끔 바라보자, “한잔하실래요?” 내게 소주병을 내밀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다른 손에 든 소시지를 한 입 베어 물고 서너 번 우물거리다 꿀떡 삼키고는 버스는 이 맛에 타는 거죠.”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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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사이, 화장실을 다녀오며 어묵을 사 왔다. 버스 출발 시간이 거의 다 된 줄 알고 급하게 왔는데, 자리에 앉아 어묵을 다 먹고도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다. 먹고 남은 용기와 국물을 버리고 와도 될 듯싶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가다가 들어오는 옆자리 아가씨와 마주쳤다.

 

그거 버리시게요?”

.”

에구아깝게저 주시면 안 될까요?”

 

이 양반 캐릭터 희한한데?

 

후루룩. ~ 호로록. ~ 쓰읍~ ! 콜록콜록.”

 

어묵 용기를 넘겨받고 외투 주머니에서 화장지를 꺼내서 건넸다. “고맙습니다.” 쓱쓱 휴지를 뽑아 팽! 코를 풀고 다시 꾸벅 인사를 한다.


버스가 출발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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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훌쩍~ 흑흑흑!!!”

 

옆자리 아가씨가 울고 있었다. 한 손에는 소주병을 다른 손에는 순대를 들고 옆자리 아가씨가 흐느끼고 있었다. 화장지를 건네자 소주병을 다리 사이에 내려놓고 눈물을 닦으며 한참을 울었다.

 

버스가 톨게이트를 지날 무렵 아가씨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는 또 꾸벅 인사를 하며 이제 얄팍해진 화장지를 내게 돌려주었다.

 

저기요근데요제가 왜 울었죠?”

 

하아! 아가씨.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