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이었다. 곧 있으면 사회에 던져질 테고, 우리는 변태(變態)를 겪는 곤충처럼 학생이라는 표피를 벗고 사회인으로 거듭날 준비를 해야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스무 살이었다. 누구는 기업에, 누구는 고시(考試)에 합격했고 또 다른 누구는 대학원을 준비하거나 유학을 결정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은 모두의 어깨에 공평하게 내려앉았던 시절이었다.

 

늦은 밤, 술을 마시다 누군가의 입에서 바다 보러 가자.’는 말이 나왔다.

 

지금?”

뭐 어때! 우리가 내일 이렇게 똑같이 모두 모일 수 있을 거 같아? 장담할 수 있어?”

 

한 친구의 설득에 넘어가, 우리는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 ** --- ** ---


 

가게가 문을 열기엔 아직 이른 시각이었다. 외옹치항을 배회하다 문이 열린 듯한 횟집 문을 밀고 빼꼼히 고개를 집어넣었다.

 

…, 들어가도 되나요?”

들어오세요. 근데 매운탕은 채소가 아직 안 와서 시간이 조금 걸리는데 괜찮겠어요?”

아이고. 저희야 받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다시 술판이 벌어졌다.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고,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하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낄낄대는데, 한쪽 테이블에 앉아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를 보시던 사장님이 물었다.

 

학생들 서울서 왔어요?”

.”

우리 애들도 서울로 대학을 보내고 싶은데 통 공부를 안 하네. 학생들은 어찌 공부했어요?”

 

다들 과외를 했던 경험이 있고, 나는 학원에 출강하고 있던 터라 우리는 제법 진지하게 식당 사장님께 이런저런 조언을 드렸다.

 

서비스 안주로 계란찜이 나왔다.

 

!”

종종 놀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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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속초에 일이 있어 갔다가 그 식당을 찾아 한참 헤맸다. 이쯤에 가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 짧은 길을 몇 번을 오르고 내렸지만, 예전의 그 가게를 찾지 못했다. 풍경이 너무도 생경했다.

 

. 우리 그때 갔던 속초 횟집 이름이 뭐지?”

미정 횟집

정미 회 센터.”

은지 횟집

선화 횟집

 

친구들의 기억은 중구난방이어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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