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이었다. 곧 있으면 사회에 던져질 테고, 우리는 변태(變態)를 겪는 곤충처럼 학생이라는 표피를 벗고 사회인으로 거듭날 준비를 해야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스무 살이었다. 누구는 기업에, 누구는 고시(考試)에 합격했고 또 다른 누구는 대학원을 준비하거나 유학을 결정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은 모두의 어깨에 공평하게 내려앉았던 시절이었다.
늦은 밤, 술을 마시다 누군가의 입에서 ‘바다 보러 가자.’는 말이 나왔다.
“지금?”
“뭐 어때! 우리가 내일 이렇게 똑같이 모두 모일 수 있을 거 같아? 장담할 수 있어?”
한 친구의 설득에 넘어가, 우리는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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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가 문을 열기엔 아직 이른 시각이었다. 외옹치항을 배회하다 문이 열린 듯한 횟집 문을 밀고 빼꼼히 고개를 집어넣었다.
“저…, 들어가도 되나요?”
“들어오세요. 근데 매운탕은 채소가 아직 안 와서 시간이 조금 걸리는데 괜찮겠어요?”
“아이고. 저희야 받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다시 술판이 벌어졌다.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고,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하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낄낄대는데, 한쪽 테이블에 앉아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를 보시던 사장님이 물었다.
“학생들 서울서 왔어요?”
“네.”
“우리 애들도 서울로 대학을 보내고 싶은데 통 공부를 안 하네. 학생들은 어찌 공부했어요?”
다들 과외를 했던 경험이 있고, 나는 학원에 출강하고 있던 터라 우리는 제법 진지하게 식당 사장님께 이런저런 조언을 드렸다.
서비스 안주로 계란찜이 나왔다.
“와!”
“종종 놀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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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속초에 일이 있어 갔다가 그 식당을 찾아 한참 헤맸다. 이쯤에 가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 짧은 길을 몇 번을 오르고 내렸지만, 예전의 그 가게를 찾지 못했다. 풍경이 너무도 생경했다.
“야. 우리 그때 갔던 속초 횟집 이름이 뭐지?”
“미정 횟집”
“정미 회 센터.”
“은지 횟집”
“선화 횟집”
친구들의 기억은 중구난방이어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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