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천식을 앓았다. 감기만 걸리면 숨을 못 쉬고 꼴깍꼴깍 넘어가려 해서 어머니는 나를 둘러업고 얼른 나아라, 얼른 나아라밤새 방을 서성대다 날이 밝으면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럴 때면 늘 입안이 마르고 헤져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는데, 어머니는 뭐 먹고 싶어? 과자 사줄까? 하드 사줄까?” 평소라면 어림도 없는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입에 올리며 자꾸 누우려고만 하는 나를 붙들어 일으켰다.


아무리 깊게 숨을 들이켜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방을 뒹굴며 기침을 하다 어머니 등에서 끼무룩 잠이 들면, 어머니는 부엌으로 내려가 쌀죽을 만들었다. 곤로에 불을 붙이고 쌀을 넣은 냄비를 그 위에 올려 오래오래 저었다.

 

한 입만 먹어봐? ?”

 

어리고 철이 없었던 나는 애타는 어머니의 속도 모르고 먹기 싫다고 짜증만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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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배탈이 크게 났다. 지병이 있으셔서 평소 복용하는 약이 많은데다 소화 기능마저 약한데, 얼마 전 과식을 하신 이후 복통에 흉통, 이제 두통까지 찾아와 어제는 병원에서 주사 처방을 받고 한참 동안 수액을 맞았다.


집에 돌아와 쌀죽을 만들었다. 냄비에 쌀을 넣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오래오래 저었다.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기침하다 잠든 아들을 둘러업고 컴컴한 부엌, 아궁이 위 가마솥에서 물을 퍼 냄비에 담고 성냥을 그어 곤로에 불을 붙이고, 노란불과 파란불이 명멸하는 곤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혹시 쌀죽이 부담될까 싶어 계란국도 끓였다. 객지 생활을 그렇게 오래 했는데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음식이 이게 다다. 한심하다.

 

엄마. 한 입만 드셔보세요.”

이따 먹을게. 고마워.”

 

아직 받은 것의 백 분의 일도 갚지 못했다. 어머니의 건강이, 입맛이 얼른 돌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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