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과 안 필요혀? 기스짜린데 10kg45,000원이랴.”

괜찮네. 하나 보내줘.”

 

그는 과수원 농사를 짓는 작은 아버지를 도우려 여기저기 연락하는 모양이었다. 예년 같으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낙과나 흠과는 주변에 나눠주는데, 올해는 작황이 영 좋지 않아서 팔 수 있는 건 일단 팔기로 했다고 한다.

 

장마가 길어서 그런가, 생긴 게 다 션찮어. 주소 찍어줘. 낼 바로 보내라 하게.”

주소는 뭔 주소여. 우리집 알잖어. 글루 갖다줘. 계좌번호나 찍어주고.”

그려. 알었어.”

 

다음날 녀석은 사과 한 상자와 사과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 두 개를 본가 현관에 내려놓았다.

 

뭘 이렇게 많이 주는 겨.”

아이구 어무니, 별거 아니유. 이건 벌러지 먹은 건데, 그 부분만 살짝 도려내고 드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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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마이크가 사과 한 상자를 들고 찾아왔다. 아버지가 귀농한 친구에게서 사과를 10상자나 사셨다고 한다. 철마다 고추며 감자며 애호박 같은 농작물을 보내 주는 친구가 있는데,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돕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구매한 사과를 자식에게 되파셨다.

 

집에 와서 사과 가져가라는 거야. 그래 퇴근길에 들렀더니, “공짜 아니다. 한 상자에 오만 원!” 이러시는 거 있지!”

 

왜 인심은 아버지가 쓰고 돈은 내가 내냐!’ 볼멘 목소리로 강매에 대해 항변했지만, 이미 늦었다. 사과는 차에 실렸고 아버지는 쏜살같이 집으로 올라가 버렸다.

 

더 황당한 게 뭔지 아냐? 우리 아버지는 한 상자에 사만 원에 사셨다는 거야!”

 

그는 목이 타는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그렇게 맥주 두 캔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입맛을 쩝쩝 다셨다.

 

소주는 없냐?”

 

어쩐지 열변을 토한다 했다. 핑곗김에 술 마시러 왔구먼. 매형이 작년에 선물로 준 더덕주를 개봉했다. 안줏거리가 마땅치 않아서 만두를 데우고 프라이팬에 리챔을 구웠다.

 

! 오늘도 취향을 저격하는구만. 역시 여기가 내 최애 맛집이여!”

뭔 어울리지도 않는 사투리여. 취했어?”

이 싸람이! 아직도 나를 몰러? 나 마이크여! 서 말 술을 지고는 못 가도 뱃속에 담아는 가는 마이크여!”

 

텐션이 오른 것을 보니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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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빵! 오빠 요즘도 아침에 사과 먹나?”

안 먹은 지 꽤 됐지. ?”

아니~. 우리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자기 친정에서 사과 싸게 판다고 해소.”

 

한 일 년간, 우유에 풋사과 분말을 타서 먹었다. 다이어트 식()이었다. 찬 우유에는 잘 섞이지 않아서 분말을 넣고 중탕을 하며 서서히 저어야 했다. 바쁜 아침에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그때 풋사과 분말을 동생이 사줬는데, 이 녀석은 그걸 사과 한 박스를 사준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먹어 봤는데 맛있드라. 엄마 꺼 주문하는 김에 오빠 것두 주문할라구 했찡.”

 

올해 우리집은 사과 풍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