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왜 그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어?”
“아녀. 내가 왜~애?”
“왜긴 뭐가 왜여. 다 죽어 가잖어요.”
“아녀. 누워 있어서 그려.”
“누워 있어요?”
“그려. 불러 주는 사람도 없고, 가고 싶은데도 없고 그렇다. 너는 어떠냐?”
“나도 그렇지요, 뭐.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가고 싶은데도 없어요.”
“푸하하하! 그럼 우리 볼까?”
“그럴까요?”
갑작스러운 약속이었다. 빨래를 대강 개켜놓고 집을 나섰다.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일요일 오후의 지하철 2호선, 나는 운 좋게도 빈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읽다 말았던 하루키의 『1Q84』의 나머지를 가는 동안 읽었다. 신림역에 먼저 도착했다. 선배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한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찬바람이 쉼 없이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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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을래? 조개구이 먹을래?”
“좋지요.”
멀리 골목 한쪽 어름에 해물탕집이 보였다.
“해물탕 먹을래?”
“저야, 회 말고는 다 괜찮은데요. 일단 주류(酒類) 먼저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야, 야. 술은 무조건 쏘주지!”
“그럼 아무래도 국물 있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래? 그게 날까?”
걷다 보니 제법 큰 포장마차가 보였다. 조개구이집이다.
“어, 내가 오다가 너랑 여기 갈까 하고 봐뒀었거든. 어때 보이냐?”
“조개구이도 괜찮지요. 형은 어때요?”
“난 다 괜찮어.”
“근데 좀 추워 보이는데요. 난로도 없고. 덜덜 떨며 술 먹긴 좀 그렇잖아요.”
“그지?”
하여, 우리는 걸음을 돌려 해물탕을 먹으러 갔다.
해물탕집에 들어서자 선배는 크게 외쳤다.
“여기 해물탕 대짜하고요, 소주 한 병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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