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 때문에 꼭꼭 닫아 두었던 창을 모두 열어 환기를 시켰다. 겨울인가, 봄인가 싶던 날씨는 어느새 부쩍 여름에 다가섰다.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 때 달려들던 한기는 꿈인 듯 사라졌다. 녹차를 따라 홀짝거리며 읽겠다고 다짐만 수 차례 한 책을 꺼냈다. 열어놓은 창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와 책장을 만지작거렸다.

 

“드르륵~ 드르륵~”

 

테이블 위의 휴대폰이 몸을 떨었다.

 

“뭐하냐?”

“차 마셔.”

“밥 먹자.”

“언제?”

“언제긴 인마, 오늘이지. 우리 j씨가 밥 한 번 사고 싶대. 나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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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자기 딸의 친구라는데, ‘남 주기 정말 아까운 아이’라고 했다. 처음엔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웃어 넘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가 진지해지는 통에 안되겠다 싶어 생각을 밝혔다.

 

‘나는 장남이고 외아들이다. 딱히 믿는 종교는 없지만, 불교를 믿는 집안에서 자라 성향은 그쪽이다. 명절엔 차례를 지내고, 일년에 한 번 제사를 지낸다…. 아무래도 교회를 다니는 사람과는 맞지 않을 것 같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 사람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벚꽃 날리던 날, 막걸리 한잔 하는 자리에서 다시 이야기가 나왔다.

 

“만나서 어떻게 하라는 게 아니고 그냥 만나만 보라는 거에요. 참 좋은 사람이라니까.”

 

친구에게 이 이야길 하자 녀석이 대뜸 말했다.

 

“그거 나 연결해주면 안되냐?”

“너희 집도 그렇고 너도 독실한 불교 신자잖아. 모태신앙이 기독교라는데 괜찮아?”

“그게 뭔 상관이야.”

“결혼하면 제사는?”

“제사를 여자가 지내냐? 남자가 지내지.”

 

음주 보행 중 음주 운전 차량과 충돌 사고를 일으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더니 거기서 도를 닦았나, 친구는 제법 명쾌한 답변을 내 놓았다. 하여, 그 소개팅은 친구가 나가는 것으로 귀결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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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서로를 마음에 들어 했고, 알콩달콩 연애를 한다.

마음껏 늦잠을 잤던 토요일 오전, 창문을 열고 녹차를 마시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뭐하냐?”

 

한적한 삼겹살 집에서 만났다.

이런 데가 이야기 나누기 좋다. 너무 시끄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적막감이 감돌지도 않는다.

친구의 이야기와 휴대폰 속 사진에서 존재하던 사람이 말했다.

 

“어… 저… 오빠 알아요.”

“네?”

“○○에 여행기 쓰셨잖아요.”

 

그거 한참 전인데?

 

“h 오빠 알아요?”

“h요?”

“네. 우리 사촌 오빠에요.”

 

h는 대학 동기다. 늦은 밤, 지금은 사라진 청량리역 광장에서 술을 먹기도 하고, 뜬금없이 춘천행 기차를 타기도 했었다.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신기했다.


201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