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만에 돌아왔음에도 서울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종종걸음으로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걸었고 차량 사이를 파고드는 시내버스도 여전했다. 다만,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반바지를 입고 외출하던 계절에 떠났는데, 이젠 씻을 때 온수를 틀어야 한다.
일이 늘어지고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는 그리 막막하고 답답했는데, 그때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아득히 먼 옛날 같다. 힘든 기억도 추억으로 만드는 시간의 묘한 힘을 다시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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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샘! 계좌번호 보내줘. ]
[ 왜요? ]
[ 지난번에 빌려간 돈 갚으려고. ]
빌려준 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
[ 됐어요. 나중에 밥이나 사요. ]
[ 밥 살게. 얼른 계좌번호 알려줘. 부탁이야. ]
계좌번호를 보내고 얼마 안 있어 돈을 보냈다는 답장이 왔다.
[ 한국 들어오면 연락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
[ 저 서울이에요. ]
[ 그래? ]
저녁 무렵, 선배로부터 저녁 먹자고 전화가 왔다.
“내가 기똥차게 맛있는 삼겹살 집을 알아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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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를 만났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한켠에 서있는 커플이 보였다. 바늘 가는 데 실이 안 갈수 있나. 형수님과 함께였다.
“언제 왔어?”
“그저께요. 어? 근데 형수님 화장 하셨어요?”
“그러엄. 찬샘 온다고 해서 신경 좀 썼지.”
‘기똥차게 맛있다.’는 삼겹살집에 갔다. 모든 음식을 ‘먹을만한가? 그렇지 않은가?’로 구분하는 ‘미각계의 막혀’인지라 그 집의 고기가 어떻다거나 밑반찬이 어떻다거나 하는 평가는 못한다. 다만, 좋은 사람과 좋은 자리에서 즐겁게 먹는 음식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건 안다. 저녁은 맛있었고 이야기는 즐거웠으며 헤어짐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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