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 후, 부산행 버스를 탔다. 잘 만났다고,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헤어졌다고, 지금은 부산에 사는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어머니께 문자를 드렸다. 1분도 안 되어 전화가 왔다.

“어뗘?”

이종사촌 누나가 ‘아가씨가 참하고 이쁘다.’고 어찌나 나발을 불었는지 부모님의 기대가 한껏 올라있었다. 만나보니 어떤지, 괜찮은 사람 같은지……, 어머니는 궁금한 게 많았다.

“글쎄요. 저랑은 안 맞는 거 같아요.”
“궁예여? 한 번 봐고 어떻게 안댜.”

‘왜? 별로랴?’ 수화기 너머 채근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가만 좀 있어 봐유!’ 어머니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또 만나자구 안 헌 겨?”
“뭐하러 또 만나요. 시간 낭비죠.”
“일단 알었다.”

그날 밤, 이종사촌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도비와 돼지국밥 집에서 옥신각신 떠들 때였다.

“어디가 마음에 안 드나? 가는 좋다 카든대?”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어디 있어요. 그냥 저랑 안 맞더라고요.”
“아이고, 이 반빙시이. 한 번 만나서 그걸 우찌 아노. 아가씨 말하는 기 낯설재? 이짝 사람들이 그렇다. 말이 투박하고 거칠어도 마음은 항시 비단결이다. 내도 여기 내려왔을 때 처음엔 상처 윽수로 받았다. 보는 거하고 다르다….”

장광설이 끊이지 않았다. 요지는 ‘울산 아가씨는 너를 마음에 든다고 했으니, 만나 볼 것.’
다음 주말에 울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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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데까지 오느라 고생했네요. 그냥 대구에서 만나도 되는데….”
“버스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되는 데요, 뭐.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것보다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게 낫죠. 어디로 갈까요?”
“글쎄요.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먼저 번에 차 마셨으니까, 이번엔 맥주나 한잔하죠.”

토요일이긴 하지만 아직 한낮이라 문을 연 주점이 많지 않았다. 몇 군데 돌아보다 치킨집으로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맥주가 먼저 나왔다. 냉동실에서 갓 꺼낸 듯, 성에가 낀 맥주잔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짠~ 할까요?” 잔을 부딪고 맥주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생각해 보셨어요?”
“네?”
“여기 내려오는 거요. 장거리 연애를 할 수는 있는데, ‘Out of sight, out of mild’라고 아무래도 가까이에 있는 게 낫지 않겠어요? 어차피 결혼하면 내려오셔야 하잖아요.”
“아…!”

이종사촌 누나가 말을 나르다 착오가 생긴 모양이다. 아가씨는 내가 자신의 말을 수긍하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는 눈치고, 나는 아가씨의 생각이 연애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희망 사항이라고 생각했다. 질질 끌어선 안 되겠다. 맥주를 마시며 내 생각과 상황을 이야기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르니 우리는 인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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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터미널에서 내렸다. “여!!!” 도비가 손을 흔들었다. 몇 번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풍경이 낯익었다. 친구가 그림처럼 서 있었다.

“찬새마! 드디어 찾았다! 거기는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돼지국밥 집이지?”
“어? 어떻게 알았지? 니 요즘 독심술 배우나?”

돼지국밥에 미친 영혼이 나를 또 국밥집으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