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대체 뭔 일이냐, 뭔 일이여. 요로코롬 꼬라지 사나운 일이 또 생긴다냐. 징하다. 징혀.”

늦은 밤, 까르푸의 말은 두서가 없고 정리가 안 되어 알아듣기 어려웠다.

“왜 그려. 찬찬히 이야길 혀봐.”
“아니, 내 말이 빨렀냐? 비체 속도여? 너는 그거시 문제다. 왜 말을 알아 듣덜 못혀.”
“뭐 잃어버렸어?”

그랬다. 그는 이런 적이 몇 번 있었다.
대학 시절, 대동제 때 주점에서 술 마시고 학관에서 잠들었다가 누가 신발을 훔쳐갔을 때도 그랬고, 동아리 방에 둔 가방을 잃어버렸을 때도 그랬다. 첫 직장, 회식에서 새 구두가 낡은 구두로 바뀌었을 때는 내게 전화를 해서 광분을 했고, 친동생 결혼식 때 피로연 식장 테이블에 올려 놓은 머니클립이 사라졌을 때도 오늘과 같았다.

“아니…, 그거시 말이다…….”

까르푸는 요즘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주말 저녁, 주중에 아이 보느라 힘들었던 아내가 외출에서 돌아오면[각주:1], 책을 싸 들고 스터디 카페에 가서 새벽까지 공부를 한다.

늦은 밤, 출출해서 아래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왔더니 노트북이 보이지 않았다. 공부한다고 하니까, 열심히 하라고 누나가 사준 고가의 노트북이 가뭇없이 사라졌다. 눈물이 났다. ‘뭐부터 해야 하나’ 머리가 멍했다. 까르푸는 나를 떠올렸고, 그렇게 내게 전화해서 두서없이 떠들며 생각을 정리했다.

“신고해야겠지?”
“당연하지.”
“나는 중요한 자료는 다 클라우드에 백업해놔서 아쉬울 게 없는디,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뭔데?”
“요즘 한참 글 하나 쓰고 있는디, 그게 기가 맥히거든. 근데 로컬에 두고 백업을 못혔어.”
“왜?”
“들킬까 봐.”
“누구한테?”
“그거시…, 음…, 제목이 말이다, ‘내 마누라는 욕쟁이’ 이 거여.”

아! 나도 아쉽다! 잃어버린 글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다시 쓴다 해도 처음의 그 맛이 안 난다.  까르푸의 잃어버린 노트북과 사라진 글이 돌아오면 좋겠다.

 

 

  1.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저녁까지는 그의 아내의 휴일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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