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태블릿 PC를 구입했던 이유는 인터넷 강의를 보기 위해서였다. 컴퓨터 앞에 각 잡고 앉아서 보는 게 집중이 높고 효율적이긴 한데, 집에 와서 어영부영하다 보면 10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여서 인강을 보기엔 시간이 애매했다. 들고 다니며 어디서나 편하게 강의를 볼 수 있는 휴대용 기기가 필요했다. 때마침 갤럭시 탭이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사전예약을 진행하며 할인행사를 하고 있었다. 좋은 기회다. 지르자!
그로부터 2년, 태블릿 PC 용도가 확장되었다. 가벼운 웹서핑을 하고, 전자책을 읽고, 클라우드와 연동시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바로 확인했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MS 워드를 띄워 놓고 기록하기도 한다. 외부에서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블루투스 키보드의 필요성이 커졌다. 화상 키보드는 불편하다.
처음 구입한 키보드는 로지텍에서 나온 ‘키즈 투 고(Keys to go)’.
극강의 휴대성이 매력인 키보드다. 크기가 작고 얇아서 갤럭시 탭을 넣는 파우치에 쏙 들어간다. 기계식 키보드를 오래 썼지만, 키감에 민감한 건 아니어서 타건감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자판을 두드릴 때 꾹꾹 눌러야 하기 때문에 오타가 많이 생겼다. 이건 지금껏 자판을 두드려 온 습관과 연관이 있어 하루아침에 고쳐질 문제가 아니었다. 신경 써서 타이핑하는데도 오타가 많이 나서 골치가 아팠다. 한참 자판을 두드릴 때 넘쳐나는 오타는 글의 흐름을 끊었다. 다른 키보드를 찾아봐야겠다.
작게 나온 블루투스 기계식 키보드가 있다고 한다. 내가 사용하는 체리 키보드와 동일한 스위치를 구입한다면 적응하기도 쉽고 오타도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검색하고 마음이 가는 모델의 사용기를 찾아 읽었다. 유튜브 영상도 꼼꼼히 살폈다. 결론은 ‘사놓고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다.’ 아무리 소음이 적은 축이라고 해도 기계식은 기계식이어서 생각보다 소리가 컸다. 도서관이나 스터디 카페 같은 곳에서는 사용하기 어렵지, 싶다.
그냥 쓰던 거나 잘 써야 하나. 생각나면 한 번씩 블루투스 키보드 검색을 하다가 MS에서 나온 키보드를 알게 되었다. 이름도 길다.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컴팩트 키보드’
크기도 아담하고 팬터그래프 방식이어서 소음이 적다. 조심조심 두드리면 조용한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겠다 싶다. 배터리로 건전지를 쓰는 것도 마음에 든다. 인터파크에서 할인 쿠폰을 받아 7만 원대로 구입했다.
며칠 사용해본 결과 생각보다 괜찮다. 부드럽게 눌리고 소리도 시끄럽지 않아서 비교적 조용한 곳에서 자판을 두드려도 부담이 없다. 역병이 잦아들면 조용한 카페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자판을 두드리는 꿈을 꾸었는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생각인 듯. 집돌이 주제에 카페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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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가 고장 났다. 손을 자주 씻는 편인데, 요즘 시계에 습기가 찬다 싶더니 아침에 보니 작동을 안 했다. ‘이상하다. 올해 초에 시계 약을 갈았는데, 벌써 배터리가 다 되었나?’ 아침에 짬을 내서 시계방에 들러 배터리를 교체해달라고 했다. 보통 5분이면 뚝딱 해결되는데, 사장님이 한쪽 눈에 돋보기를 끼고 한참을 들여다보며 10분 넘게 씨름했다.
“시계 고장 난 거 같아요. 약이 문젠가 싶어 몇 개를 갈아 봤는데 30초 정도 작동하다 멈추네요.”
오래 썼다. 어머니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사준 시계다. 유리가 깨져서 다섯 번인가 새로 했고, 시곗줄도 그 정도 다시 한 거 같다. 저녁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계방 몇 군데를 돌며 물어봤는데, 모두 같은 이야기를 했다. ‘고장. 수리 불가.’ 20년 넘게 함께 했던 시계가 멈췄다.
손목시계를 샀다. KAPPA. 이전에 쓰던 시계와 같은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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