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의 가장이! 사나이가! 아내한테 말하면 안 되는 것 세 가지가 있어. 첫째, 여보 나 사람 죽였어. 둘째, 여보 나 사실 게이야. 셋째, 뭔지 아냐? 여보 나 보너스 탔어.”

 

막걸리를 쭉 들이켜고 일장 연설을 하는 녀석의 별명은 마이크. 생김새가 마이크와 같아서 특유의 중저음의 목소리와 나긋나긋 이야기하는 말투가 이끌어내는 묘한 설득력 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서 철학 박사를 수료한 꽤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졸업하고 직장 잘 다니다 뜬금없이 철학공부 하러 독일로 날아간 이유를 마이크는 이렇게 설명했다.

 

어디서 낙하산 하나가 뚝 떨어졌잖아. 그런데 이놈의 애새끼가 툭하면 내 도면보고 철학이 부족하니 어쩌니 지랄을 해대니 도대체 일을 할 수도 맡을 수도 없잖아! 직원들도 어디서 철학개론을 구해 와서 슬쩍 밀어 넣는 판이니, 어쩌겠냐. 철학도 공부하고 그 새끼도 안보는 방법을 찾았지.”

 

유학중에 참한 일본 아가씨를 만났는데, 해야 할 공부가 산적함에도 남자친구인 자신의 수업을 도와주고 틈틈이 한국어까지 배워 뒷바라지를 해주는 모습에 반해 결혼을 했다. 녀석의 표현을 빌자면 그녀는 잠시 세상 구경나왔다가 붙잡힌 아프로디테! 알베르트와 베르테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던져진 로테! 오직 그만을 바라보는 조앙 마두!*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한국에 정착을 한 이후, 마이크는 가끔 한숨을 내쉬며 옛말 그른 게 하나 없다.’고 투덜댔다. 결혼한 친구들은 아내들끼리도 친하게 지내는데, 거기서 이상한 물이 들었다는 것.

 

하아! 우리 엄마가 항상 그랬어. 나쁜 친구들이랑 놀지 말라고!”

 

녀석의 한 달 용돈은 십 만원.

컴퓨터 바꿔 달라고 석 달째 마느님을 조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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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상여금 안 나올 것 같다니까 분명히 그랬거든? 그거 받으면 컴퓨터 바꿔 줄라고 했는데 안타깝다고.”

그런데?”

나도 뭐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너스 나온다는 거야. 백화점 상품권으로 나온다는데 그게 어디냐.”

신났겠네?”

그럼! 그래 내가 어제 그랬지. 자기야! 나 보너스 탔어! 컴퓨터!!”

 

그러자 제수씨가 방으로 들어가서 스프링 노트를 들고 나왔다고 했다. 가계부였다. 일어로 적혀있어 숫자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가계부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을 하고, 달력을 펼쳐 향후 지출 예상 내역을 이야기하더란다. 최대한 불쌍한 목소리로 컴퓨터는?”이라고 말을 해봤지만, 광대한 데이터와 명확한 논리로 무장한 마느님에겐 씨알도 안 먹혔다지.

 

한 집안의 가장이! 사나이가! 마누라한테 말하면 안 되는 것 세 가지가 있어. 첫째, 여보 나 사람 죽였어. 둘째, 여보 나 사실 게이야. 셋째, 뭔지 아냐? 여보 나 보너스 탔어.”

 

목이 타는지 마이크는 연신 막걸리를 들이켰다.

 

안주 좀 먹어가며 마셔라.”







* 조앙 마두 : 레마르크, 개선문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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