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하냐? ]
매일 애니팡 하트만 보내는 녀석이 오늘은 어쩐 일로 자판을 찍어 카톡을 보냈다.
[ 집에 가는 중 ]
[ 저녁은? ]
[ 아직 ]
[ 건너와라. 같이 먹자. ]
[ 제수씨는? ]
[ 뉴욕 ]
진작 말을 하지. 이 녀석은 항상 약속을 이런 식으로 잡는다.
[ 피곤. 휴식 필요. ]
곧 전화가 걸려왔다.
“어딘데?”
“왕십리. 집 다 왔어.”
“혼자 집구석서 밥 처묵으믄서 쓸쓸해 허지 말고 어여 건너와.”
“오늘 교보서 택배 왔어. 쓸쓸하진 않지.”
“네가 오늘 받은 책을 밥 먹으면서 본다고? 네가?”
“난 책이 왔다고만 했다.”
“그러지 말고 얼른 건너와라. 마누라 미국가고 형이 외롭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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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맨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애정을 갈구했다.
“야! 너 아는 여자 좀 있냐?”
“있지.”
“이뻐?”
“응.”
“헤헤헤.”
내가 아는 여자가 예쁘긴 하지.
그 사람들이 날 몰라서 그렇지. 고현정, 심은하, 김희선, 전지현...
소개팅 주선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서로 성향이 어긋나서 친구가 맘에 들면 상대가 탐탁치 않아했고, 상대가 마음에 들어 하면 친구가 내켜하지 않았다. 그 일이 수차례 반복되자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친구들도 지쳤다. 대체 이 새끼는 美의 주관이 없어!
10년, 15년... 끝도 없이 만날 때마다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조르던 녀석이 어느 날 뜬금없이 “나 결혼한다.”라고 했다. 뜬금없는 말에 어리벙벙해져 농담인지 진담인지 생각하고 있는데, “내 결혼식에 네가 사회 본다고 했잖아. 그날 시간 비워놔. 나 믿는다!” 대책 없는 말을 던지고 히죽 대기에 “누군데?” 물었다.
“매리”
“매리? 매리 선배?”
“응”
매리 선배는 친구의 무수히 많은 짝사랑 중 첫 짝사랑.
“어떻게?”
“뭐? 인마! 남자가 뭐 있어? 응? 이렇게 응?”
녀석은 뜬금없이 배치기를 하며 히히 웃었다.
--- ** --- ** ---
친구의 신혼집은 석계역 인근, 처갓집과 걸어 5분 거리. 아내가 원했고 장인어른이 알아봐 줘서 마련했다고 했다. 직장과의 거리는 예전보다 훨씬 멀어졌는데, “미인을 쟁취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큰소리를 뻥뻥 쳤다.
족발을 먹었다.
우리가 즐겨 다녔던 그곳은 재개발로 사라졌고, 이젠 족발조차 프랜차이즈화 되어 양은 적고 값은 비싼 고급 음식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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