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밥’ 연애하는 거 아냐?”
“알지.”
“네가 소개해준 거여?”
“아녀.”
“그놈은 능력도 좋다. 일 년의 반절은 연애 허네.”
얼마 전, 토요일 저녁 ‘밥’이 찾아온 적이 있다. 소개팅을 하고 왔다고 했는데, 느낌이 꽤 좋은 모양이었다. 이미 썸을 타던 사람이 있긴 했는데 만나면 말도 잘 안통하고 반응도 시큰둥하고 느낌도 이전 연애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긴가민가하던 차에 이루어진 소개팅에 맘에 드는 아가씨가 나와서 기분이 꽤 좋았다고 했다.
“제일 좋은 건 말야, 그 사람도 나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거야.”
“벌써부터 김칫국 들이켜지 말고, 잘 해봐.”
“아냐. 이번은 정말 느낌이 달라.”
그런 만남이 있은 지 한 달, 녀석의 카톡 프로필 사진은 어김없이 연애의 오오라를 뿜어냈다.
직장문제로 요즘 한참 고민이 많은 ‘까르푸’는 ‘밥’이 연애한다는 게 꽤 부러운 눈치였다. ‘소개팅을 내놓지 않으려거든 소고기를 내 놓으라.’라는 말로 압박을 가해 결국 저녁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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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하니까 좋아? 응?”
까르푸가 사춘기 소년처럼 칭얼댔다.
“좋긴 한데 쫌 피곤해. 하루에 두 시간씩 전화통화하고 그러거든.”
밥은 처음 연애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처럼 으스댔다.
“그만들 해라. 고기 다 익었다. 잔이나 들어.”
술을 마시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 같아서 한동안 술을 멀리했는데, 예나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게 없는 친구들의 아웅다웅이 술을 당기게 한다.
“좋아! 난 오늘 이거 마시고 찬샘네서 잘 테다!”
“흥! 나도 잘 테다!”
누가 재워준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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