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도서관으로 곧장 향했다. 희망도서를 신청했는데,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은 터였다. 대기일이 오늘까지라 늦으면 안 된다.
늦은 시각인데도 도서관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도서관은 묘한 곳이다. 무거운 공기에 소리마저 가라앉아 걷기 힘들고 수천 권의 책이 뿜어내는 냄새는 마약처럼 끈적끈적 들러붙어 발걸음을 뗄 수 없다. 위험하다. 순간의 방심으로 서가에서 무심코 책을 꺼냈다가는 순식간에 두세 시간 뒤로 타임워프 할 수 있다. 최대한 이른 시간에 탈출해야 한다.
“희망도서 도착했다는 문자 받고서 왔어요.”
“회원카드 주세요.”
당신의 심정 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듯 안내 데스크 사서의 목소리는 심드렁했다.
“대출은 19일까지고요…….”
--- ** --- ** ---
도서관을 나오자 배가 고팠다.
밥을 먹고 들어가야겠다. 아홉시가 훌쩍 넘었고, 집에 들어가 새로 밥을 하기엔 귀찮다. 퇴근 길 종종 애용하던 분식집에 들렀다. 아주머니의 풍채만큼 음식이 넉넉하고 푸짐해서 집 밥을 먹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학생! 오랜만이네!”
학교를 졸업한지가 언젠데 아주머니는 아직도 나를 학생으로 부른다. 듣기 나쁘지 않다. 이걸 노린건가?
제육덮밥을 시켰다. 순두부찌개와 더불어 여기서 제일 맛있는 음식. 한때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했었다. 항상 머슴밥을 퍼줘서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들면서도 밥이 모자라면 더 주겠다고 이야기 하는 넉넉한 마음이 좋았다.
“한 삼년 만인가?”
“에이~ 아니죠. 작년 겨울에 왔었잖아요.”
“그래? 난 한 십년 만에 본 거 같어.”
음식이 예전처럼 둥근 접시에 가득 담겨 나왔다.
쓱쓱 비벼 입에 떠 넣었는데……, 짜다. 돈까스 소스가 과도하게 뿌려진 비빔밥을 먹는 느낌. 어지간하면 음식을 남기는 편이 아닌데, 도저히 짜서 먹을 수가 없다. 일 년 사이 내 입맛이 이렇게 변했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한 일이다.
1/3도 안 먹고 일어서자 써빙을 보던 아주머니가 묻는다.
“맛이 없숨까?”
“아니오.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얗게 김을 내뿜는 차에서 파는 만두를 샀다.
'섞일雜 글월文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아? (0) | 2016.10.17 |
---|---|
구아바 형 이사기(移徙記) (3) | 2016.10.10 |
휴가 (2) | 2016.08.04 |
궁금할 때가 있다 (0) | 2016.06.17 |
금요일에 달리다 (2) | 2016.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