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항상 7월 초였다. 그 무렵이 아버지 생신이었고 시간을 내기도 좋았다.

매스컴에서 휴가 갈 때 주의할 사항이라든지, 들끓는 바가지요금이나 해변가 파라솔 문제 등등으로 한참 떠들 때, 내 휴가는 진즉 끝났고 이전과 다름없는 날들이었다.

 

부모님이 타향 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올해, 아버지 생신은 주말이었다. 서울서 고향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40.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도착할 거리다. 금요일 저녁에 내려갔고 가까이 사는 동생도 곧 도착했다. 모처럼만에 아버지 생신 날 온 가족이 모였다. 웃고 떠들며 주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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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휴가는 7월 말에서 8월 초. 내가 휴가 전이라는 사실을 안 친구들은 자신들의 여행에 나를 마구잡이로 끼워 넣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와는 포항에 가고, 누군가와는 강릉에 가고, 누군가와는 태안에 간다. 그것도 같은 날. 분신술을 쓰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데, 애석하게도 아직 분신술을 배우지 못했다.

 

가변적이긴 하지만, 휴가 날짜는 정했다.

그런데 아직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

 

아직이다.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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