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면접을 위해 서울에 왔을 때, 서울에 연고가 없었던 저를 재워주고 면접 날 학교까지 데려다줬던 사람이 이종사촌 누나입니다. 그때 누나는 두 살, 다섯 살 아이들과 단칸방에 살고 있었지요. 이후, 저는 누나네 근처에 자취방을 구했고, 누나네서 밥을 먹었고, 누나의 보살핌 속에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누나와 매형은 봉제 공장을 하는데, 경기를 타는 일인지라 요즘 일거리가 없어 고민입니다. 거기다 건물주가 집을 비워 달라고 해서 갑작스레 이사해야 했습니다. 누나는 ‘이참에 잘 되었다.’고 아예 공장까지 이전했습니다. 공장이 지하에 있어서 불편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거든요.
얼마 전 누나네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가 만드신 된장을 가져다줄 겸, 이사하고 한 번도 안 찾아갔었는데 인사도 할 겸, 겸사겸사 방문했습니다.
“처남! 사람이 우째 그러는가. 연락 한번 없고. 잉?”
보자마자 매형의 타박이 쏟아집니다.
“죄송해요, 매형. 한동안 정신이 없었어요.”
“이모님, 이모부님은 건강하시고?”
“네. 매형 어깨는 좀 어때요?”
“병원 다니고 했더니 괜찮어. 많이 나섰어. 점심 안 먹었지?”
굶고 다니지는 않는데, 매형이나 누나나 만나면 밥부터 챙깁니다.
같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처남. 언제 내려가?”
“내일이요.”
“그럼 쏘주 한잔해야지?”
“좋지요. 근데 제가 일이 있어서 잠깐 어디 좀 다녀와야 해요.”
누나가 갑자기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습니다.
“너 이 새끼! 친구 만나러 가지? 술 먹고 딴 데로 새면 죽는다.”
“에이~ 그럴 리가요.”
“그럼 너, 친구 만나도 술 먹지 마.”
“아예 안 먹을 수는 없고 맥주 한 잔 정도는 할 거 같아요. 늦어도 8시 전에는 올게요.”
“처남. 누나, 처남이랑 쏘주 한잔한다고 아침부터 기분 째져 있었어. 늦지 않게 와.”
“네.”
그날 저녁. 매형과 누나가 마장동에서 공수해온 소고기를 안주로 우리는 술을 한잔했습니다.
안주는 입에서 살살 녹았고 술은 술술 넘어갔고 이야기는 자정이 넘도록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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