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 의자에 앉아 어머니의 검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환자복을 입은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휠체어를 타고 접수 데스크로 다가갔습니다. 이름을 말하자 갑자기 데스크가 분주해집니다. 예약 시간보다 먼저 온 듯했습니다. 간호사가 병동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습니다.
“○○○씨. 예약 시간이 두 시 반으로 되어 있으세요. 올라가셨다가 이따 두 시 반에 내려오세요.”
“네. 알았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발로 바닥을 지치며 남자는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
“저기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을 향합니다. 아까 예약 시간 보다 일찍 내려왔다던 그 남자였습니다.
“우주 항공 산업에 투자 좀 해주세요. 우주 항공 산업에 투자 좀 해주세요.”
사람들의 고개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와이티엔 사이언스. 콩나물 재배기. 우주 항공 산업에 투자 좀 해주세요.”
“콩나물 재배기?”
내 앞의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말을 받았습니다.
“네. 와이티엔 사이언스, 콩나물 재배기.”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우주 항공 산업, 와이티엔 사이언스, 콩나물 재배기. 모든 걸 말해준다는 구글도 우리나라 검색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네이버도 이 세 단어의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남자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몇 번 더 던지고는 다시 인파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항우연에서 비밀리에 콩나물 재배기라도 만드나?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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