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컨디션이 어느 정도 돌아오자 휴일이 바빠졌다. 그동안 나름 한다고 열심히 했는데, 어머니 성에는 안 찼던 모양이다. 오전에 집 안 청소 끝내고 동네 카페에서 사 온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저녁나절까지 고스란히 남았다. 하나 끝내고 ‘한숨 돌릴까.’ 의자에 앉자 어머니의 호출, 두 개 끝내고 이제 ‘한 모금 마실까.’ 커피를 들자 어머니의 호출이 연이어졌다.
몸 상태가 괜찮다 싶으면, 잠시의 쉴 틈도 없이 움직이는 어머니가 나는 늘 걱정이다. 체력이 의욕을 감당하지 못한다. 이렇게 하다가는 또 사나흘 앓아눕기 십상이다.
“엄마. 저 사흘 뒤에 또 쉬어요. 오늘 몰아서 다 하지 않아도 돼요.”
“알어. 나도 그래서 쉬엄쉬엄하는 겨.”
땅거미가 마당에 내려앉았다. “오늘 저녁은 뭐 해 먹지?” 아버지가 퇴근할 시간이 되자 어머니는 저녁 밥상 차릴 걱정이고, 나는 그런 어머니가 걱정이다.
“전번에 누가 맛있다고 했던 집 있담서요. 글루 가요.”
“네. 거기요.”
“거기 한우라 비싸댜.”
“그래봤자 얼마나 하겄어요. 한 천만 원 나온대유? 그럼 할부로 끊지 머. 120개월이믄 뒤집어 쓰구두 남것네.”
“이따 아부지 오믄 물어봐.”
아버지도 좋다고 하셔서 오늘의 저녁은 고기다. 한우다, 한우!
- * 돌밍이 : 돌멩이. 동네 이름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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