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전용 잔 세트를 본 순간, 찰나의 고민도 없이 카트에 담았다. 제조사에서 끼워 파는 전용 잔은 해당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도록 디자인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향이 좋은 맥주를 좋아하고 그 술을 천천히 마시며 즐기는 취향이라, 좋아하는 맥주의 전용 잔 세트가 눈에 띄면 사는 편이다.

 

오늘 건진 잔은 에델바이스 맥주잔. 그런데 이상한 녀석이 딸려왔다. 에델바이스 피치. 캔 표면부터 핑크 핑크 한 게, ‘나 복숭아 맛이에요!’라는 오라를 마구 뿜어내고 있다.





이 기괴하고 기묘하며 요상하기까지한 맥주를 마신 소감은…, 옛날옛날 윤발이 형이 우리나라 건너와 어설프게 헬기에 쫓기다 탑차에 오르는, 마치 종횡사해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광고에서 캔에 키스하며 외쳤던 그 말…! “싸랑해요, 밀키스!“

에델바이스에 밀키스, 그리고 너 만나고서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이 프로 부족할 때 마신다는 2% 복숭아를 섞은 맛이다. 누군가는 밀키스가 아니고 암바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그나저나 아직 두 캔 남았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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