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이 얇은 평범한 얼굴에 외모적으로 별다른 특징도 없는, 거리를 걷다 문득 돌아봤을 때 한 번쯤 마주친 듯한 흔한 인상의 아저씨다. 초면인 사람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어디서 뵌 듯한데…”, 혹은 “낯이 많이 익은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사람 기억을 잘하는 편인데도, ‘내가 이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나?’ 생각하게 된다.

집 근처에 카페가 새로 문을 열었다. 오며 가며 불이 켜진 카페를 보긴 했는데, 선뜻 들어가지지 않았다.
저녁 먹고 책을 보는데 잠이 쏟아졌다. 지금 잠들면 안된다. 한밤중과 새벽의 중간쯤 깨어 불면의 밤을 보낼 수 있다.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 새로 생긴 카페에 들렀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아이스로 드릴까요?”
“아니요. 따뜻한 걸로 주세요.”
“샷은 어떻게 할까요? 진한 거 좋아하세요?”
“연하게 해주세요.”

주문을 받은 내 또래의 아가씨는 커피를 뽑으러 가고, 한편에서 설거지를 하던 남자가 앞치마에 손에 묻은 물기를 쓱쓱 닦으며 카운터로 왔다.

“결제 도와 드릴게요.”

휴대폰을 건넸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카드 결제기에 이렇게도 대보고 저렇게도 대보는데 결제가 안 된다.

“제가 해볼까요?”

결제기에 휴대폰 뒷면을 접촉하자 띠릭~ 하는 소리와 더불어 결제되었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휴대폰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커피를 기다리는데 남자가 말을 붙였다.

“저기…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네?”
“아니… 저… 인상이… 낯이 익어서요.”
“아! 제가 흔한 얼굴이라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그게 아닌데… 제 이름은 윤태근인데요, 혹시 들어본 적 있으세요?”

윤태근? 윤태근…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름을 되새기다 남자의 얼굴을 보자 뭔가 떠올랐다.

“혹시… H 중학교?”
“네! 맞아요!”

중학교 동창이다. 같은 반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한 학년에 100여 명 남짓했던 시골 학교였던 지라 누가 누군지 모를 수는 없다.

“야! 반갑다. 카페 열었어?”
“와이프가. 퇴근하고 도와주러 왔어.”

학교 다닐 때는 친하게 지낸 기억이 없는데, 졸업하고 한참이 흘러 만나니 고향 친구라 그런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쏟아졌다.

“종종 놀러 올게.”

미지근하게 식은 아메리카노를 들고 카페 문을 나섰다.

“또 와!”

출입문까지 따라 나선 친구가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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