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계모임으로 부여에 가신다. 오래전 한 동네로 시집왔던 새댁들이 이젠 할머니가 되어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살아 얼굴 보기 어려운 지금, 일 년에 한 번, 한 사람의 집에서 자고 오는 모임을 한다. 작년 모임의 장소는 우리 집이었고 올해는 부여에 사는 B형네 집이다.
“몇 시 출발하세요?”
“두 시쯤? Y 엄마가 손자 보러 갔다가 그때쯤 데리러 온댔어.”
“차 가지고 온댜?”
여기서 부여로 바로 가는 대중교통이 없어 차를 갈아타야 한다. 아버지는 그게 걱정이셨다.
“어. 차 가지고 와서 나랑 S 엄마 태워 갈 겨.”
“찬샘아. 오늘 몇 시에 들어오냐?”
“다섯 시쯤 들어올 거에요.”
“우리 저녁은 짜장면이나 먹을까?”
“좋죠.”
어머니가 빠진 저녁은 썰렁하다. 아버지는 그게 싫어 벌써 외식 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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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왔을 때, 아버지는 TV를 틀어 놓고 주무시는 중이었다.
“아부지.”
“어. 왔냐.”
부르자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셨다.
“저녁은?”
“짜장면 먹자면서요. 옷 갈아입고 나와서 제가 시킬게요.”
“가만있어봐. 그냥 나가서 먹을까?”
“나가서요?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돈가스 어떠냐. 싫음 그냥 짜장면 먹구.”
“돈가스요? 좋죠. 가요.”
읍내에 수제 돈가스집이 몇 곳 있다. 그곳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가 데려간 곳은 냉면집이었다.
“여기가 맛있어요?”
“어. 친구랑 두 번 왔나? 괜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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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 잔 뽑아 가져다드렸다.
커피를 칡즙 마시듯 서너 번에 훌쩍 들이키시더니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왜요?”
“너 살 그만 빼.”
“아유. 아직 더 빼야 돼요.”
“인마. 얼굴이 그게 뭐여. 이제 그만 빼.”
아부지. 제게는 아직 다섯 근의 똥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이눔의 살은 왜 자꾸 얼굴만 빠지고 지랄이여. 부모님 걱정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