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은 인구가 채 2만 명이 안 되는 충청도의 ○○읍이라는 행정구역으로 명명된 동네입니다. 여느 시골이 다 그렇듯 제 고향도 노인 인구의 비중이 젊은 층보다 높습니다. 요즘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하루에도 여러 번 긴급 문자가 날아오고 뉴스의 첫머리는 항상 확진자 소식입니다. 그런 와중에 고향에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고향 관청에서 65세 이상의 주민을 대상으로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는 것처럼 약국에 줄을 서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군청-동장-이장-반장 순으로 배포가 되어서 반장이 나누어 주거나 반장 집으로 방문해서 찾아오는 방식이었지요. 지금까지 모두 두 번 나누어 주었는데 1차는 한 사람당 세 장씩, 2차는 두 장씩 배포했습니다.

 

주말을 앞둔 저녁, 부모님과 과일을 먹으며 안방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동네 아주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지난번에 찬샘네 마스크 두 장 받았어?”

아녀. 우리 슥 장 받았는데? 이번에 받은 게 두 장이지.”

그지? 근데 왜 지난번에도 두 장 줬다고 펄펄 뛴댜?”

 

동네 아주머니가 지난번에는 세 장을 줬는데, 이번에는 두 장만 나온 거냐고 물어보니, ‘누가 세 장을 받았다고 그러냐. 지난번에도 두 장씩 나눠줬다.’고 반장이 큰소리를 치며 박박 우겼다고 합니다. 아주머니는 이상해서 어머니께 확인 전화를 한 모양입니다.

 

우리 지난번에 마스크 세 장씩 받었지?”

세 장씩 여섯 장, 당신이 받어 왔잖어.”

 

어머니가 혹시나 싶어 아부지께 확인을 합니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다른 동네 사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번에도 한 사람당 세 장씩 나누어 주었다고 하네요.

 

뗘 먹은겨?”

에이. 마스크 얼마나 한다고 뗘 먹겠어요. 뭔가 착오가 있었겠지요.”

 

그렇게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지만, 저도 이상하긴 했습니다. 대상자 명단이 나오고 거기에 맞춰서 마스크가 배부되는 시스템일 텐데 거기서 착오가 일어나기는 어려운 일이지요.

 

이 일이 알려지고, 동네 사람들이 제각각 다른 부락 사람들에게 다시 확인하고 이제는 온 동네 사람 모두 반장이 마스크를 잘못 나눠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장은 여전히 지난번에도 한 사람당 두 장씩, 이번에도 두 장씩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고요.

 

동네 다른 아주머니가 이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마스크가 한 사람당 몇 장씩 돌아가냐.’는 물음에 세 장씩 주라고 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두 장씩 받았다.’라고 하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는 어이없는 대답에 그럼 누구에게 물어보냐. 반장은 두 장씩 나왔다고 하는데 반장한테 나눠준 당신한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다고 하네요. 그제야 이장이 지금 반장네 집에 다녀가는 길인데 마스크가 많이 남았다고 한다. 반장네 와서 받아 가라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후 반장의 입장은 변했습니다. ‘다음에 마스크가 또 나오면 그때 지금 것까지 한 번에 주겠다.’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반장 아저씨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모든 일이 사필귀정으로 끝맺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번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누군가 따진 모양이었고, 당장 나눠주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었고, 반장은 그게 싫어서 남은 마스크를 동장에게 건넸고, 애꿎은 노인회장이 동장에게서 마스크를 받아 돌렸다고 합니다.

 

위기가 닥치면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납니다. 저는 군시절, 힘든 상황에서 이기적이고 지리멸렬한 인간들과 타인의 짐까지 기꺼이 떠안는 사람들을 보면서 개개인의 본성을 극명하게 확인했습니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 전반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세월이 지혜의 깊이를 더하지 못하고, 시간이 사람을 어른으로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