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가 연애를 한다. 둘 다 나이가 있으니 결혼까지 생각하는 것 같은데 서로가 선뜻 말을 못 꺼내고 망설이고 있다. 자기 말로는 대여섯 번의 연애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과거 그의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과연 그와 연애를 하고 이별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는 궁금한 게 많다.
매일 술 마시고 전화해서 직장 상사 욕하기 바쁘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연애의 괴로움에 대해 토로하기 시작했다.
“찬샘아. 연애가 이런 거냐? 이런 거였어?”
난들 알겠니? 여자 손을 언제 잡아봤는지도 까마득한 내가 뭘 알겠어.
“아~~~. 나는 모르겄다. 모르겄어. 아니 일하기 바쁜데 카톡을 들여다보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냐!”
여기서 쉽사리 친구의 편을 들면 안 된다. 여자친구의 욕을 같이 했다간, “네가 뭘 아는데 내 여친 험담하냐.”는 쌍욕을 들을 수 있다.
“남이라 그려. 사는 게 다 그런겨. 내 사정 나보다 더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 부모님 말고 누가 있냐. 다~ 남이여. 남.”
“나는 안 그런 줄 알었다. 연애가 뭔디?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채워 주는 거 아니냐. 나는 여자친구 장바구니 비워주기 바뻐. 뭔 쇼핑을 그리 많이 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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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 까르푸를 만났다. 연애가 힘들다며 전화할 때마다 지 애인 욕하던 녀석이 손을 꼭 붙잡고 지하철 계단을 올라왔다. 날도 덥구먼. 옆에서 빼빼로가 킬킬대며 웃었다.
“내가 뭐랬냐. 둘이 손 꼭 붙잡고 나타난다고 했지?”
한때 별명이 현도령이었던 빼빼로의 신기는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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