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 까르푸한테 전화 좀 해.”

 

걸이 형 생일날, 축하한다고 전화했다가 뜬금없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 주말에 통화했는데?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네가 전화 안 받으니까 걱정이 됐나 봐. 열 번 넘게 했는데 한 번을 안 받았다며.”

 

까르푸와의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 부재중 통화는 1, 수요일 오후였다. 저녁때 확인하고 문자를 보냈는데…. 이 새끼, 하여튼 엉그럭[각주:1]은 알아줘야 한다. 까르푸에게 전화를 걸었다.

 

찬새미냐~ 이게 얼마만이여.”

얼마만은 무슨. 지난 토요일에 통화 했잖어. 기억 안 나?”

긍께. 왜 너랑은 어제 보고 오늘 봐도 한참만에 보는 거 같으냐. 요상허다.”

? 무슨 일 있어?”

읎어. 일은 뭔 일이 있겄냐. . 나 닭 한 마리만 사줘라.”

? 닭을 사달라고?”

. 통닭을 먹어본 지가 한 백 만년은 된 거 같어.”

그려. 먹고 싶은 거 찍어서 보내. 기프티콘 보내줄게.”

아니, 그러지 말고, 니가 일루 와서 사주면 안 되냐?”

 

까르푸는 아내의 눈치가 보여 멀리 나갈 수 없다고 자기 집 앞으로 와 달라고 했다.

눈치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없던 녀석이 연애할 때부터 슬슬 이상해지더니, 지금은 공처가가 다 됐다. 주말에 만나기로 했다.

 


--- ** --- ** ---


 

찬새마. 우짜믄 좋으냐.”

 

치킨이 나오기도 전에 소맥을 말아 단숨에 들이켜더니 금세 혀가 꼬였다. 삼십 분 정도 신세한탄이 이어졌다.

 

술 먹지 말고, 닭 먹어, . 치킨 먹고 싶다며.”

 

까르푸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걱정이 많았다. 연애 기간이 짧았던 데다, 성격이 맞지 않아 헤어져야 하나 망설일 때 아이가 생겨 등 떠밀리듯 결혼을 추진했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조언을 건네면, “그럼 애는 어떡하고!” 벌컥 화를 냈다. “우리 부모님은 선보고 한 달 만에 결혼했는데도 아직까지 잘만 살어!” 마음은 이미 결론을 내렸고 그가 원하는 것은 응원뿐이었다.

 

하아~ 총각 때는 그래도 미래가 그려졌거든? 내가 가고 있는 방향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보이기는 했고. 근데 지금은 깜깜혀. 앞을 모르겄어. 가끔 자다 인나면 막막하고 무섭고 그려.”

 

신혼집을 처가 근처에 마련했다. 아내가 자신이 평생 살아온 터전을 떠나길 꺼려 했고, 마침 근무지 역시 멀지 않아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 다른 곳으로 발령 날지 모르고 연봉도 생각만큼 오르지 않자 까르푸는 보다 안정적인 직장으로 이직하고 싶어 했다.

 

두 차례 기회가 있었다. 연봉이 현재보다 적고 회사가 타 지역에 있어 이사를 해야 했지만, 근무 여건과 환경이 좋았다. 무엇보다 칼퇴근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복지도 좋았다. 사원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고 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있는 데다 회사에서 아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해 줬다. 경쟁율이 꽤 높아 최종 면접까지 가슴을 졸였다. 합격 통보를 받고 기쁜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소식을 전하자, “거기 가려면 이혼하고 가!” 아내의 싸늘한 대꾸가 돌아왔다. 이 동네를 떠나기는 죽어도 싫고, 주말부부도 용납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놓고는 일이 늦게 끝나면 그렇게 나를 쫀다. 애 뗘놓고 PC방 가겠다고 막 그랴.”

 

퇴근 후에는 까르푸가 전담해서 아이를 보는데, 퇴근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난리가 난다고 했다.

 

우짜냐. 그래도 살어야지. 심내라.”

~ 너한테 이렇게 털어놓으니까 속이 시원허다.”

너는 나라도 만나서 이렇게 풀지만 제수씨는 은톨이래매. 하루 휴가라도 줘. 스트레스 풀게.”

뭣을! 뭣을 더 어떻게 주냐! 주말에 손 하나 까딱 안 허고 죙일 누워 휴대폰만 디다 보는데, 여서 뭘 더 어떻게 해주냐!”

 

까르푸가 다시 흥분했다.

그려 알었다. 니 마~음대로 해라.



  1. * 엉그럭 : 엄살의 충청도 방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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